#최애커플_왼쪽에게_총이_있고_5분_내로_오른쪽을_죽여야_지구의_멸망을_막을_수_있다
총구의 연기가 희미하게 하늘로 올라간다. 그 광경이 조금 우스워 입꼬리를 올리려다 다시 내렸다. 시선의 끝엔 재촉의 눈동자가 곧게 마주하고 있다. 흔들림없이 마주하는 것이 예의였지만 평소 냉철하다 못해 냉정한 남자에게 이것은 꽤나 망설임을 주기엔 충분한 일이었다.
자신의 손엔 총이 들려있었고, 모든 이들에게 둘러싸이곤 자신의 연인을 죽여야하는 상황.
남자는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는 검지 손가락이 그의 심리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지구 멸망이라거나 갑작스러운 일이었으나 남자의 앞에 서있는 이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모두 그가 처음에라도 소리를 지를 줄 알았다. 원래부터 큰 목소리를 내던 그였으니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왜 자신이냐며-. 그렇게 할 줄 알았으나 그는 정말 놀랍게도 놀라지 않았다. 아니. 조금 놀란 듯 눈썹이 꿈틀했던 모습은 있었으나 이내 죽어야 한다면 자신의 주군의 손에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
그렇게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조금 길어지고 있었다.
둘러싼 사람들 중에선 창백한 안색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입을 굳게 다문 남자가 끝내 오열한다. 양 옆에 있던 그의 친구들이 토닥여 보지만 마음이 약한 갈색머리의 남자도 결국 같이 울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빨리 해. 잔저스."
재촉이 말로 이어졌다. 차마 싫다는 그 한마디를 하질 못하고 남자는 방아쇠에 걸친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곤 총구를 재촉해오는 그의 머리를 겨누었다. 남자는 결정해야만 했다. 쏘느냐, 다 함께 죽느냐. 째깍째깍 시간이 지나간다.
조용한 상황에서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남자는 검지손가락을 움직였다.
단지 그것뿐이었지만 남자는 다시 외톨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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