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는 사랑하면 안 되나요? -W. 랑랑
불에 타버린 잔해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발에 짓밟혔다. 거대했던 불길은 소방차가 오고 한 참 뒤에야 겨우 꺼졌다. 주변 사람들이 소근대며 잔해를 뒤지는 경찰을 보고 있었다. 눈들이 마치 감시 카메라 같군. 중얼거리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아사히나 가(家)는 대대로 경찰을 도와주던 집안이었고 자신도 몇 번 들어가본 적 있었기에 키도는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분명 이 곳에 어린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을 터였다. 설마 그 아이까지 죽어버린 것일까. 약간의 초조함에 그만 손톱을 깨물고 만다.
터벅 소리에 정신이 들어 옆을 바라보니 신타로가 다가오고 있었다. 약간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것을 보니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모모는?"
"키사라기는 서로 먼저 돌아갔어."
"하긴 이곳에 모모 녀석이 친한 여자애가 있었으니까."
전직 아이돌이었던 모모는 극악 스토커 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아이돌을 그만두고 오빠를 따라 경찰을 시작하게 되었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게 되었던 키도와도 선후배로 꽤나 친한 사이였기에 그녀는 시체 같은 것과는 먼 사무직이나 잠복으로만 일을 돌리고 있었기에 그녀는 이런 참상에 익숙하지 않을 터였다. 더욱이 키도가 소속되어 있는 메카쿠시 부서의 뒤를 지원해주던 「아사히나 가(家)」에 모모를 데려간 적은 많았고 아사히나 히요리라는 작은 아이가 모모의 팬이라며 둘이 친해보였으니 심한 쇼크를 받았을 터였다.
내버려두라고 했었지만 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익숙하지도 않은 시체길을 지나가며 결국 그녀의 시체를 보고 만 것이다. 잘못하면 경찰 일도 그만둘지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니 모모에게 경찰일을 권유해 미안한 생각 반, 부서에서 안 그래도 부족한 인원이 사라질 일을 걱정 반.
그래도 일단은 오빠라고 신타로는 어떻게 그녀를 달랠까 고민하는 듯 했다. 그래도 지금은 수사에 집중해주지 않으면 곤란했기에 뭐라 말하려던 찰나 저 멀리에서 에네가 부르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발로 밑을 툭툭 차며 밑을 가리켰고 그에 키도와 신타로는 발걸음을 옮겼다. 무언가 단서라도 찾은 걸까.
"경찰서로 전화가 왔어요."
"...? 전화?"
신타로의 물음에 에네는 손에 있는 걸레같이 되어버린 옷 조각을 흔들어보였다. 옷 조각의 대부분이 피에 물들어 있는 그것은 후드점퍼였을 듯 했다. 하얀색 점퍼? 키도와 신타로가 고개를 갸웃한다. 전화랑 그게 뭔 관계라는 거야. 뜸 들이지 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에네는 사진을 한 장 집어들어 보인다. 가족 사진이었다.
"이 근처의 집에 「아마미야 가(家)」라는 집이 있어요. 그 집의 외동아들이 있는데 이름은 아마미야 히비야. 이 집의 외동딸의 소꿉친구죠. 이렇게 가족 사진에 끼어들어 같이 찍힐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모양이에요. 참고로 오늘 아침부터 그가 놀러간다는 말을 남기곤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신고가 들어왔어요."
"...설마...."
"문제는 여기서부터에요."
"문제?"
"그래요. 문제. 어쩌면 우리의 단서가 될 지도 모르는 중요한 문제죠."
에네는 손에서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쥐어보였다. 눈에 형형한 빛이 떠올랐다.
"시체가 없어요. 그 히비야라는 소년이 입고 있던 점퍼가 아사히나 히요리의 시체 옆에 묻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납치라도 당했다는 거야? 어째서? 이 집의 인물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글쎄요? 이유따윈 모르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소년의 행방을 찾는 것 아니겠어요? 살아있던, 죽어있던 말이에요."
애초에. 적당한 말로 생각을 끊어버리곤 에네는 점퍼를 신타로에게 들이밀었다.
"뭐... 뭐야?"
"생각해야하는 건 당신이잖아요. 작전 참모님?"
이럴 때만 그렇게 부른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신타로는 무언가 단서가 없는지 점퍼를 뒤적였다. 그의 기억력과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 코노하의 직감을 믿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에 할 일은 정리와 무언가의 단서를 더 찾아보는 것 뿐이었다. 아무래도 키도는 오늘도 잠들 수 없을 듯 했다.
딱하니 이마를 덮쳐오는 아픔에 무의식적으로 아픈 곳에 손을 가져다대곤 앞을 쳐다보니 에네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꿀밤을 때린 것인지 그녀는 한 손을 탈탈 털고 있었다.
"오늘은 수면을 취해야해요."
"무슨 소리야. 이런 상황 속에서 잘 수 있을 것...."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왔다구요. 대체 얼마나 안 잔 거에요? 무조건 주무세요. 이건 선배로서의 충고니까요."
그 정도로는 안 심한데. 중얼거려봤자 씨알도 안 통하는 말이었다. 한숨을 쉬곤 인파를 지나 차에 올랐다. 선잠이라도 자두겠다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정신이 어둡고 깜깜한 곳에 묻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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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기억하는 처음 기억은 고등학교 때였다. 자연스럽게 옆에 앉으며 인사성 밝게 안녕이라 말한 소년. 색소가 옅어 한없이 가볍게 보이는 아이였다. 엮이면 분명 귀찮아지겠지. 그렇게 한 달이 지났는데도 그는 항상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일부러 무시도 해봤지만 반응없이 이야기만 떠들어 댔다. 그래서 약 3달이 지나서야 겨우 물어봤다.
"너 왜 자꾸 나한테 말 거는 거야?"
고등학생 입학식이 지나고 무려 3달. 그 쯤이면 모두 친구들끼리의 그룹을 만들어 친하게 지낼 애들은 친하게 지낼 시기. 그 시기에 일부러 끼어들지 않았기에 키도는 혼자였다. 자신에게 신경을 껐다면 분명 그 그룹에도 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년의 성격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겠지. 하지만 의외로 소년은 곤란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이렇게 열심히 말 거는데도 눈치 못 챘단 말이야? 어휴."
"...뭔데."
기분이 팍 상해 눈살을 찌푸리자 마치 가식처럼 소년이 미소 지었다.
"널 좋아하니까지."
"거짓말."
그런 가벼운 말로 할 말이 아니잖아. 마저 대꾸하자 소년은 키득 웃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너무 가볍게 말하긴 했지. 장난기가 담긴 표정으로 말을 하곤 자신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 그 소년은 조퇴했다고 들었다.
그 때 다른 말을 했다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가볍게 한 자신이 너무나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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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간이 14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이번엔 되려 많이 잤기 때문인지 두통이 밀려왔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고 평소처럼 약을 꺼내려 보니 옆에서 약을 넘겨주는 손이 있었다. 세토였다. 잠든 마리를 안은 채 간병이라도 하고 있던 걸까. 일단 약을 받고 책상 위에 놓여진 물컵을 잡아 약을 먹었다. 이제 곧 두통이 잦아들 터였다.
"...으으음? 어... 키도 깼어?"
비몽사몽 깨어난 마리가 키도에게 물었다. 마리에게까지 걱정을 받다니. 자신도 퍽이나 상태가 안 좋았던 듯 하다. 괜찮다고 말해주자 그제야 활짝 웃으며 방을 나간다.
"넌 왜 안 나가?"
물음에 세토는 의자를 제대로 해 앉았다. 할 말이 있는 듯해 키도는 다시 누우려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일단 실종자의 위치는 아직 못 찾았슴다."
"뭐, 그렇겠지."
범인이 멍청해서 쉽게 잡힐만한 인물들이었다면 경찰을 대놓고 적으로 돌릴만한 이런 짓은 안 했을 것이다. 예상대로라며 그녀는 마저 이야기를 들었다. 세토가 책상 위에 놔두었던 서류 몇 장을 잡아들곤 키도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 사건을 벌이고도 아무 증거도 안 남길 조직을 추려놨슴다. 딱 세 곳 있네요. 다들 규모가 큰 곳임다."
적당히 서류를 보던 키도가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 보스 얼굴 사진 같은 거 없어?"
"네. 아무래도 조직원들도 보스의 얼굴은 보기 힘들다는 듯 함다.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고도 하고요. 그 소식을 보내온 잠입대원은 그 날부터 연락이 안 됨다. 아무래도...."
"제거 당했겠네. 젠장."
이것도 저것도 예상보다 험악한 분위기로 굴러가기만 한다. 뭐가 이렇게 경비가 빡빡해. 짜증을 부리면서도 키도는 종이를 꼼꼼히 훑어본다. 보스와 조직원에 대한 정보가 빽빽히 적혀있었지만 정작 보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신장은 약 165정도에 검은 후드티를 입고 있고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정도. 게다가-.
"뭐야. 보스 직속 부하가 고작 1명?"
"네에.... 그러고도 잘 돌아가는 게 이상한 곳임다."
"이딴 곳이 어떻게 이렇게 큰 규모로 컸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직이 돌아갈 구조가 아닌데. 종이를 탁탁치며 세토에게 다시 건넸다. 어차피 나중에 복사본이라도 주겠거니. 세토는 종이를 받아들곤 다시 한 번 더 읽으려는지 종이를 몇 장 넘겼다.
"약 2년 전까지만해도 그 곳 보스가 잔인하기로 유명했슴다. 그런데 갑자기 2년 전 보스가 바뀌었다고 함다. 바뀐 보스는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을 알 수가 없었다고 함다."
"가면? 지가 뭔 중2병이라도 걸렸대? 왠 가면이야, 가면은."
"글쎄요. 흑백이 대비되는 가면이라던데. 자세한 건 잘...."
"뭐, 나중에 우리 몸뚱아리 써야겠지. 어쩌겠어."
익숙한 일이었다. 어차피 윗분들은 재촉 외에는 아무것도 주질 않는다. 하물며 정보도. 분명 그 조직과 연관된 윗분들도 있을 텐데. 이를 아득아득 갈아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밑에서, 어둠 속에서 슬금슬금 정보를 모아 한 번에 전세를 뒤엎을 무언가를 찾는 것 뿐이다.
"여기가 제일 수상해보이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아, 그리고 보스 직속 부하라는 남자 말임다."
"어?"
"쿠로하라고 기억하심까?"
"...뭐?"
"코노하의 형제인 그 사람말임다."
아무래도 사건은 더 옛날과 얽혀있는 듯 결국 키도는 머리를 쥐어뜯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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