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대로 써본 글. 퀄리티가..(절레절레
※ 쿠로카노 / 신카노
※ 세토가 소설 5권에서 읽은 카노의 기억은 아야노가 죽은 그 날만이었다고 가정한 배경으로 쓴 글.
※ 이 썰은 트위터에서 트친님(ㄹㅎ님)과 같이 푼 썰을 포함했음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 이 글은 트리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디 주의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라요. ※※※
모든 일이 끝났다.
마치 여태까지 되풀이하던 이야기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다가섰지만 옆에 있던 단원들과 살아 돌아온 두 사람이 그것이 현실이었고 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러가지 새겨진 기억이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이젠 아무도 죽지 않는다. 비록 이젠 만나지 못할 이도 있겠지만 그래도 모두 웃고 있었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으니 이것으로 된 것이겠지. 웃었던 자신이 바보같이 그 날 저녁 카노가 사라졌다.
없어서 되려
-w. Rang
벌써 한밤중이 되어 가로등의 불빛과 편의점 불빛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벌써 1시간째였다. 연락도 없이 사라진 카노를 찾은지 말이다. 어제 저녁부터 사라진 그가 돌아올 것이라던 단원들도 늦은 밤이 되자 찾고 있었다. 그 단원에 신타로가 포함된 것은 당연지사. 사실 내심으로는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찾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에네- 이젠 타카네의 몸으로 돌아온 그녀가 단원 전부에게 파일 전부를 밝혀버리기 전에 열심히 찾는 게 좋을 것이라며 신신당부한 탓에 히키니트에게는 괴로운 밤이 되었다.
사실 매번 루트를 기억하는 신타로는 그가 조금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매번 웃으며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비록 피가 이어져있지는 않았지만 그는 어느 루트에서나 아야노를 정말 좋아했고 잘 따르는 이였다. 아야노에게 붙어있던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도 생각한다. 더불어 그 모든 것이 끝난 어제 그의 표정은 살피지 못했다. 뭐 다른 이도 몰랐으니 자신만의 탓은 아니겠지만 또 그렇게 편하게 자신의 탓이 아님으로 넘어가버린다.
일단 아는 곳이란 아는 곳은 샅샅이 찾아봤지만 어디에 있는지 짐작도 가질 않는다. 아니 애초에 카노의 능력은 형체를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니 이렇게 찾아봤자 그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짓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능력으로 찾아본다던 세토도 10분만에 머리 싸잡고 쓰러졌고 간병으로 마리가 남고 감시카메라를 해킹해서 찾아본다던 타카네에게도 아직 연락이 없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농땡이를 피운다면 연락이 올 것이 분명했다. 어딘가 감시카메라가 없는 곳으로 가야했다.
발을 움직여 도착한 곳은 감시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조금 넓직한 공원이었다. 그네에서 끼익 소리가 나며 조금 음산했지만 쉬는 곳으로는 딱 적임이었다. 그네에 앉을까 생각하고 다가가니 까만 무언가가 그네 위에 있었다. 혹시나라는 생각에 신타로는 입을 열었다.
"카노?"
끼익 그네가 조금 흔들렸다. 새까만 고양이의 옅은 노란색 눈동자가 붉게 변하며 한 순간에 소년의 모습으로 뒤바뀌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소년의 모습에 다소 안도가 담긴 한숨을 쉬곤 주머니에 있을 핸드폰을 찾아 뒤적거렸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
"...? 카노?"
"이야. 들켜버렸네."
여유롭게 웃어보이는 그 얼굴이 가식같았다. 거짓 미소. 조금 눈살을 찌푸리곤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곤 카노의 옆 그네에 앉았다. 카노가 묘한 표정을 짓곤 물었다.
"날 찾고 있던 거 아니었어, 신타로군? 연락 안 해도 돼?"
"확실히 널 찾고 있던 건 맞지만 강제로 데려오라곤 안 들었거든."
억지스러운 말에 푸흣 웃곤 그래라고 말한 카노는 잠깐의 침묵을 지켰다. 웃고 있는 입가 위로 카노의 시선이 하늘 위로 향했다. 검푸른 하늘에 달이 점차 가려져가는 것에 공원의 가로등이 더 밝게 빛났다.
"넌 왜 안 돌아가는 거야."
퉁명스레 묻는 신타로에게 카노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대답도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 재촉해보려던 찰나 카노가 고개를 돌려 신타로를 바라본다. 붉은 눈동자. 능력을 발동했을 때 특유의 색이다. 입을 닫은 그를 보곤 피식 웃은 카노가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신타로군은 중독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해?"
"뭐? 그건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나...."
"사전이라도 될 셈이야?"
"그럼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답답한 심정에 되묻자 카노가 비틀린 웃음으로 신타로군은 그런 것도 몰라-하곤 되려 질책했다. 영문도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너 답네 라던가 말해버리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더는 됐다던 그 표현에 어쩐지 불쾌한 기분이 되어버린 신타로에게 카노는 그네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돌아가자고 하러 온 거 맞지?"
더 이상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던 이야기에 결국 눈을 피해버린 신타로가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물론 그 뒤에 카노는 무진장 혼났다. 아야노와 키도와 세토가 셋이서 여태까지 뭘 했냐며 추궁했지만 카노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능글맞은 미소로 산책이라는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다. 걱정된다는 이유로 세토가 능력을 써서 보려고도 했지만 만약 훔쳐본다면 영원히 절교라는 그의 말에 능력을 쓰지 못했다. 그냥 몰래보면 어떠냐는 제안도 세토는 거부했다. 여태까지 그런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고 본인이 바란다면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 듯 했다.
여러가지 패널티를 받았음에도 카노는 그 날 일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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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꾸고 있었다. 눈을 뜨면 추적추적 소리를 내는 비가 창문 사이로 들려왔다. 그 잠깐 상황을 파악한 직후 그것이 꿈인 것을 자각했지만 카노는 어쩐지 발 끝부터 무언가 기어오는 기분에 양 팔을 잡고 몸을 웅크렸다. 그가 사라진 그 이후 그 날 일은 카노만 아는 일이었다.
수 일 전의 그 날 여느 때와 같이 지내던 그 날 집 근처에서 마주친 아버지. 잡힌 팔과 끌려간 집 안에서 당한 그 일. 폭행과 번갈아가며 농락당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감금이 풀려 죽기살기로 도망쳐 마지막으로 본 그 표정. 표정. 표정. 표정. 표정. 잊을 수 없는 그 표정. 아직도 선명한 소름에 어깨를 끌어안고 몸을 좀 더 웅크려 자신을 꽈악 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이젠 없는 걸. 그 한 마디를 내 뱉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그가 없었다는 이유로 마음을 안도할 수 없던 자신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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